디지털타임스 | 강희종 | 입력 2012.04.02 19:47

통신요금, 경쟁이 답이다
경쟁촉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서 해법 찾아야


#1. 2년전 스마트폰을 구입했던 직장인 김절약(가명)씨는 약정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고민에 빠졌다. 새 스마트폰을 사자니 아무리 요금 할인 혜택을 받아도 단말기 할부금을 포함해 월 7만원 안팎의 통신비를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 2년간 올라간 통신비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김씨는 MVNO(이동전화 재판매) 가입쪽으로 마음을 돌리고 있다.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에 USIM(범용가입자인증모듈)만 바꿔 끼우면 월 3만원에 200분 무료통화, 메시지 350건, 데이터 500MB를 사용할 수 있어 현재보다 통신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 직장인 이효도(가명)씨는 5월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에 계신 아버지의 오래된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꿔드리고 싶어 이곳저곳을 알아보고 있다. 그런데 최신 스마트폰은 가격도 고가이고 어르신들이 쓰기에 불필요한 기능도 많아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마침 5월부터 블랙리스트 제도(단말기 자급제)가 실시되면 저가 스마트폰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직접 저가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노인 전용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하면 저렴하게 아버지의 휴대폰을 바꿔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통신 요금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 의해 인위적으로 요금을 내릴 경우 소비자들은 아무런 체감도 하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쳐 국내 통신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안겨준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있었던 기본료 1000원 인하와 무료 문자 50건 제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요금인하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이동통신 매출은 서비스 개시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정치권이 내세운 요금 인하 공약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촉진하고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 등 단말기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MVNO 선택하면 20~30% 요금 절약=경쟁을 활성화해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으로 지난해부터 도입된 MVNO가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MVNO는 사업자가 직접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고 기존의 이동통신사업자(MNO)의 설비를 임대해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MVNO는 기존 MNO의 네트워크를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통화품질에는 전혀 차이가 없는 데다 MNO로부터 도매 가격으로 망을 빌리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할인된 가격의 요금제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요금제에 따라 MVNO는 20~30% 저렴한 요금제로 기존 MVNO와 유사한 혜택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요금제에 부담을 갖고 있는 고객들이나, 저렴한 요금제를 찾던 고객들은 기존 이통사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MVNO를 선택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CJ헬로비전이 제공하는 헬로모바일은 `헬로 스마트37'이라는 요금제를 선보였다. 이 요금제는 월 기본료 3만7000원에 200분 통화, 문자 350건, 데이터 500MB를 제공한다. 이는 기존 MNO가 월 4만4000원 요금제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약 16% 저렴하다.

MVNO 사업자들은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을 바꾸지 않고 USIM만 바꿔 끼우는 USIM 요금제도 선보이고 있다. CJ헬로비전의 `USIM 스마트플러스30'은 월 3만원에 음성통화 200분, 문자 350건, 데이터 500MB를 제공해 기존 MNO 요금제 대비 약 32% 저렴하다.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은 가입비가 없으며 기본요금도 기존 MNO의 절반 값이다. 표준요금으로 음성통화 120분, SMS 36건을 보낼 경우 19000원의 요금이 발생, 기존 SK텔레콤 대비 23%를 절약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제 4이동통신사를 선정해 요금 경쟁을 촉진할 계획이었으나 적격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MVNO로 방향을 선회했다. MVNO는 초기에 시장 안착이 어려웠으나 최근 각종 활성화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3월 29일 `이동통신 재판매 서비스 활성화 종합 계획'을 확정했다. 방통위는 재판매 사업 환경 개선, 재판매 서비스 이용 환경 개선, 재판매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 등 3대 추진 전략과 10대 추진 과제를 마련했다.

이동통신사들도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 때문에 초기에는 MVNO에 소극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고 있다. 이동통신사간 MVNO 경쟁이 붙으면서 이왕이면 자사의 망을 빌려쓰는 MVNO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한 이동통신 업체 관계자는 "MVNO는 중복투자의 우려가 없으며 투자 재원을 아껴 요금 경쟁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저렴한 요금과 특화된 콘텐츠를 갖춘 다양한 MVNO가 출현한다면 소비자들은 기존 통신사와 MVNO간 선택권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으로 저가 시장 활성화해야=최근 고객들이 통신비 부담을 느끼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스마트폰 보급 이후 높은 단말기 가격이 통신비에 포함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략 60만~70만원 하던 일반폰과 달리 스마트폰은 90만~100만원을 호가하다 보니 보조금을 받더라도 고객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통신 업계 전문가는 "스마트폰은 피처폰보다 약 40만원이 더 비싸며 이로 인한 단말기할부금 증가가 가계통신비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유통 구조를 개선해 고객들이 직접 휴대폰을 구입해 개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는 휴대폰 유통을 이동통신사가 독점하다 보니 단말기 가격이 불투명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약을 받았다.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가 결합되다 보니 소비자들은 비싸더라도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는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이 이통사 대리점이 아닌 할인점 등에서 휴대폰을 직접 구입해서 개통할 수 있다면 휴대폰 가격이 투명해지고 제조사간 경쟁이 붙으면서 휴대폰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5월부터 블랙리스트제도(단말기 자급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전까지는 이동통신사의 전산 시스템에 단말기 고유의 식별번호(IMEI)가 등록된 휴대폰만 유통할 수 있었다. 블랙리스트는 식별번호를 등록하지 않은 휴대폰을 고객이 직접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하면 중저가 휴대폰 시장이 보다 활성화돼 고객들의 통신비 부담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통신 업체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하면 단말 보조금을 받지 않는 고객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이 시장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득공제 등 정부측 노력도 병행해야=가계 통신비 완화를 위해서는 사업자뿐 아니라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방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통신 요금 소득공제다. 통신비에 소득공제를 적용할 경우 통신비 부담 경감은 물론, 국민의 체감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체 가구 지출비중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식비, 교육비 다음으로 높으며 대다수 국민들이 필수로 사용하는 서비스지만 그동안 세제 측면의 지원은 미흡했다. 방통위는 연간 120만원 한도 내에서 방송통신비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방안이 실현될 경우 연간 6만4000원 선의 통신요금 부담 경감이 기대된다.

강희종기자